나는 내가 솔직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다 정작 솔직해야 할 일에는 뒷걸음질 치고 손사레 치기 바쁘다 날 걱정하는 것이 되려 무안한 일이라는 듯 넘겨버린 후 뒤 돌아선다 그러면 혀끝에 온통 쓴맛이 맴돌고 텁텁해진다. 이건 사람을 속이는 일 일까? 이불 빨래 하기 좋은 5월이다 물론 나는 겨울에 덮던 이불을 빨지도 않고 그대로 덮고 있지만. 어제는 ...
여기엔 감상적이고 슬프고 아프고 예쁜 내용만 적을 것이다. 읽어 줄 사람 없다는 것 알면서도 누군가를 의식하며 그런다. 도대체 누구를?
어제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데이트였고 날이 몹시 추웠다. 매서운 바람에 꼭 붙어 걷다가 서로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넣고는 이러니 따뜻하다며 웃었다. 귀에 바람을 불고, 옆구리를 간지럽히고, 입술을 깨물고.. 난 그런 짓궃은 장난을 치며 너를 사랑한다고 느낀다. 너는 어떤 순간에 사랑을 느낄까. 궁금하다. 같은 순간과 시간을 공유함에도 서로가 다른 사랑을...
지난 목요일에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약속시간 보다 10분 일찍 도착해서 역 근처에 있는 꽃집에 들렀다. 특히 맑고 싱그러운 것으로 고심해 고르며 하얀 꽃다발을 만들었다. 멀리서 이름을 불렀을 때 환해지는 얼굴을 보는 게 이렇게나 기쁨이구나, 나는 그걸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내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얻는 기쁨이 큰 사람이라는 것도. 나는...
냉방이 너무 잘되는 카페에 앉아있다 팔뚝을 쓸어보면 소름이 살짝 돋아있을 정도로. 나는 내가 추위에 약하다는 걸 이번 여름에 처음 알았다 겨울엔 추운게 당연하니까. 올해처럼 에어컨 바람을 실컷 쐰 해는 또 없을 것이다 내 인생 가장 사치스러운 여름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을 것 같다. 여전히 다정한 말에 쉽게 눈물이 난다. 날 울리려 드는 말에는 울지 않으면...
줄곧 7월의 능소화를 기다리고 있다. 그 해의 첫 수박이나 이른 아침을 깨우는 매미소리도 그렇지만 진정한 여름의 실감이라 함은 담벼락을 따라 흐드러지게 핀 능소화에 있다. 그 붉은 자태 앞에선 걸음을 자연스레 늦추게 되고 사진도 몇 장 찍어보고 가던 길을 잠시 잊어보는 것이다. 그렇게 딴 길로 잠시 새어도 좋은 것이다. 재작년 찍었던 폴라로이드 사진 속엔 ...
연남동에 지낼 때 자주 찾던 찻집에 앉아있다 그 땐 가을이었고 바람이 헛헛하게 마음 어딘가를 훑고지났고 그게 나름 마음에 들었다. 혼자라는 기분이 들면 하릴 없이 경의선숲길을 걷고 걷다가 같은 길을 세번 돌았을 즈음 발걸음을 돌려 이 곳 이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한 벽면이 전부 큰 창으로 되어 있어서 창을 열면 흔들리는 나무가 보이고 바람도 곧잘 들었다...
줄 마음도 없으면서 자랑하는건 치사한 일이다. 사랑을 말할 때 눈 한번 깜빡이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이다. 우는 아이에게 사탕을 쥐어주는건 문제의 해결이 아니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건 언제나 어렵다. 살아갈 수록 특별하고 새로운 감정은 적어진다. 산다는 건 부끄러운 일을 늘려가는 과정 같다. 죽음에 대해 늘 생각한다. 동시에 죽음에 대해 말하고 쓰고...
날이 무척이나 맑다 이런 날엔 어디라도 걷지않고 누구라도 만나지않으면 하루를 손해보는 것 같아 골이 난다 지금은 지하철을 타고 검암역을 향해 가는 중이다 검암역에서 내려 공항철도로 갈아탈 것이고 공덕에서 내려 익숙한 얼굴들을 만날 것이다 이와중에 나는 생각한다 모든 것에 신물이 난다고. 하늘은 파랗고 초록은 무성하고 여느 영화 제목처럼 인생은 아름다워. 그...
어린아이들이 제 몸만한 책가방을 메고 색색깔의 우산을 들고 멀어진다 어김없이 뒤에는 성인여자가 혹은 그보다는 조금 더 나이 든 여자가 서있다 저마다의 익숙한 뒷통수가 아주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서 가만히 바라본다 그 마음은 어떤 것일까 대견함, 염려, 그 모든 걸 담은 사랑을 나는 아직 전부 가늠하지 못하겠다 잘다녀와, 하고 손을 흔드는 어머니와 뒤...
난 알고 있었다 더위는 갑자기 예고도 없이 기승을 부리기 마련이다 어젯 밤까지는 자켓을 입고도 저녁에는 아직 쌀쌀하다 말했던 것 같은데 오늘은 땀을 뻘뻘흘리며 괜히 자켓 입었네, 하고 한 손에 무겁게 들고 다녀야 했다 면접을 보고 나와 익숙하지만 전혀 익숙하지 않은 합정 골목골목을 잰걸음으로 걸었다 거의 뛰다싶이 걸었다 이 길을 얘랑도 걸었었고 걔랑도 걸었...
어디라도 걷고 싶어지는,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나아가고 초록불에 사람들이 뛰기를 주저않는 계절이다 계절이 오고감에 연연하는 것은 유치하다고 누군가 말했었는데 나는 매번 오고가는 계절에 늘 크고작게 감탄하고 아쉬워 한다. 한동안 그 얘기 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나는 유치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게 꼭 싫지만은 않다. 사사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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